7월 5일 리마 시내, Rimac 리막 지구
이 날 리마 대성당과 마요르광장에서 행사가 있어서 그 광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못했다. 그 대신 주변을 많이 둘러봤다. 리마의 시내는 관광의 중심지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발전이 안되있었다. 노래 부르면서 구걸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릴 때 중국에서 봤던 체중계를 두고 몸무게를 재는 것으로 돈 버는 사람도 봤고, 길에서 본인 무릎에 손님의 발을 놓이고 구두를 닦는 사람도 봤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길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노숙자들이 구걸하는 걸 종종 봤었는데 한국에는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리마광장을 주변으로 거리를 구경하면서 하염없이 걷는데 큰 다리가 있었고, 멀리서는 경사가 심한 곳에 알록달록 페인트가 칠해진 동네가 보여서 내 시선을 끌었다. 저 동네 가까이까지 가는 건 포기했지만 다리를 건너서 있는 동네도 구경하고 싶어 졌다. 리셉션에 있는 친구가 이 다리를 건너면 딱히 볼 것도 없고 위험해서 가지 말라고 한 곳인데, 사람들이 더 무서워 보이거나 하지도 않고 어린아이들도 있어서 안심은 하되 약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걸어갔다.
시내에 있는 쇼핑거리와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였다. 리마의 어느 곳과 다르지 않게 길에 간식, 과일도 팔고 잡상품도 팔았다. 하지만 건물은 많이 낡아있었다. 외국인은 들어가는 길에 가이드와 함께 걸어가는 두 명밖에 보지 못해서 혹시 내가 너무 관심을 끌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무도 나를 특별히 더 쳐다보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길에서 견과류 한 봉지를 샀는데 할아버지가 다정하셔서 더 안심이 됐다. 한 바퀴 돌아보서 나오는데 허름한 건물 높은 층에 창문이 많이 깨져있었는데 그 사이로 어렴풋이 빨래들이 널려있는 게 보였다.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고 놀랐다.







리마에 와서 여기 사람들의 삶과 내가 태어난 한국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독일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너무 비교됐다. 우리가 얼마나 잘 사는 나라에 있는 것인지를 체감하게 되었다. 뮌헨은 특히 진짜 잘 사는 곳이긴 했구나.. 편하고 부유하게...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고, 또 많은 것들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빈부격차, 기회격차가 있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선진국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도 않은 것이 아이러니하다. 물론 선진국이 살기가 좋겠지만 어디에서 무엇으로 행복할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여기에 와서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하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많은 고민과 함께 남은 여행에서는 뭘 보고 배우고 느끼게 될지 기대도 됐다.
'Vis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뮌헨 가미쉬에서 장비없이 스키/보드타러 가는 법, DB어플로 기차표 구매하는 법(Garmisch Partenkirchen Hausberg) (0) | 2024.03.20 |
---|---|
뮌헨 미술관 Lenbachhaus (0) | 2024.03.12 |
2일차 페루 리마, 미라플로레스에서 리마 시내로 (1) | 2023.08.25 |
1일차 페루 리마 (0) | 2023.08.02 |
퇴사인들의 10일 유럽여행 요약본 (0) | 2023.06.22 |